숲속의연화펜션-

애프터 서비스의 기본은 스피드다. 센터를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목적이 분명한 사람들이기에 헛되이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서비스센터는 언제나 만원. 화장실 다녀올 새도 없이 부랴부랴 일을 해치우건만 고객이 몰려드는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해결되는 일보다 쌓이는 일감이 훨씬 많았다. 안경 콧등에 자꾸 땀이 고였다. 소은은 휴지를 뽑아 콧등을 대충 닦고는 다시 일에 열중했다. 무급휴가를 냈다가 1개월 만에 회사에 복귀하여 이후 1개월 동안 동료들의 눈치만 보았다.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도 얘기하지 않고 홀연히 떠났다가 복귀했으니 그들도 서운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 바쁘게 일한 만큼 피로가 쌓여 몸이 퉁퉁 붓는 느낌이었지만 이 역시 말할 수가 없었다. 소은은 한 명의 고객을 떠나보내고 다음 고객을 맞이하는 틈에 잽싸게 팔을 아래로 내려 다리를 억세게 퉁퉁 쳤다. 괜찮아. 잘했어. 사람을 살렸잖아. 오늘도 속으로 되뇌었다. 2개월 전, 소은은 간의 65%를 잘라냈다. 남자친구 양희욱의 어머니, 김말희 여사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교제 8개월 만에, 김말희온라인홀덤 여사가 간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자친구 양희욱은 그 사실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언제나 자신에게 늠름하고 다정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남자친구가 그리도 슬피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소은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김말희 여사는 언제나 소은을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친딸처럼 아껴주었다. 변호사 아들을 두었다며 대접받길 원하지도 않았다. 스물일곱 해를 살아오는 내내 구박덩어리였던 소은에게 양희욱 가족의 온기는 햇빛 같았다. 그 햇빛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서성이는 소은에게 김말희 온라인홀덤 여사는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소은이 같은 며느리가 있으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겠다며, 예단, 혼수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저 몸만 오라며 소은을 환영해주었다.